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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 SAMSIK: SINCERITY: LONDON

Current exhibition
26 November 2025 - 30 January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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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 Samsik Sincerity No.321-25 mixed media on canvas 163 x 130cm 2025

Bae Samsik

Sincerity No.321-25

mixed media on canvas

163 x 130cm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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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네트워크, 합리성과 완전성 사이의 리듬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성균관대박물관 학예실장)

 

배삼식의 회화는 합리성과 완전성 사이에 ‘관계’라는 동양적 균형점을 세운다. 작가의 사각 구조는 질서와 자유, 균형과 파동이 서로를 떠받치는 허실상생(虛實相生)의 장(場-혹은 터)이며, 여기에서 ‘허’는 결핍이 아니라 가능성의 공백이고, ‘실’은 고정된 형상이 아니라 움직임이 응결된 상태다. 바로 그 사이의 진동에서 화면은 합리성과 완전성의 리듬을 만든다. 최근의 작업에서 이 호흡은 서사의 확장을 드러낸다. 사각의 네트워크는 단일 초점에 수렴하지 않고, 다성적(多聲的) 이야기로 분지(分枝)한다. 특히 화이트한 여백 사이를 가르는 요철의 직선은 표면 효과가 아닌 시간의 결과 노동의 미세한 압력을 보여준다. 오랜 터의 고고학적 흔적이자 다가올 미래의 구조적 예감으로 읽히는 것이다. 빛의 각도에 따라 떨리는 이 흔적은 관객의 시선을 느리게 이끈다. 화면은 더 이상 평면에 묶여 있지 않고, 감각의 건축처럼 증축된다.

 

서구의 관계미학(니콜라 부리오, Relational Aesthetics)이 사회적 연결과 참여의 장에 주목해왔다면, 배삼식의 관계는 훨씬 내면적·존재론적이다. 작가의 그리드는 자아와 타자, 시간과 기억이 상호 침투하는 생명의 순환계로 작동한다. 이는 동양 철학의 무위(無爲)·상생(相生)원리를 닮았고, 손끝의 진정성 있는 노동과 정신의 리듬이 조형적으로 융합되는 자리다. 배삼식의 ‘사각’은 지난 7년 이상 축적되며 이성과 감정, 동서의 미감, 평면과 입체를 잇는 다리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조각적 평면성과 건축적 질서가 한층 짙어졌다. 선의 직진성과 면의 절제된 박동이 교차하며, 화면은 조감(鳥瞰)적 시선이 허용하는 자유를 갖추면서도 완전한 미감으로 수렴된다. 이때의 완전성은 닫힌 총합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완전성, 곧 ‘자유 안의 완전성’이다. 노자의 말처럼 “도(道)는 하나의 흐름이며, 만물은 서로를 낳는다(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주목할 것은, 이 구조가 개방된 질서라는 점이다. 여백은 허무가 아니라 생명력의 저장소이며, 요철의 직선은 단절이 아니라 기억의 흔적이다. 그 미세한 울림 속에서 작가가 살아낸 시간·물질·의식이 교차한다. 메를로퐁티의 “보는 행위는 세계의 살(la chair du monde) 속으로 얽혀드는 행위”라는 통찰처럼, 배삼식의 선과 색은 외부 세계의 재현이 아니라 세계의 살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침투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그의 화면에는 2020년대의 동시대성이 또렷히 자리한다. 유행하는 이즘이나 외부 담론에 종속되기보다, 오랜 시간 스스로의 질서를 다듬어 얻은 독자적 감각의 레이어가 구축됐다는 것이다. 한국적 ‘터’의 감수성(한옥의 격자, 조각보의 문양, 토기 투각의 규율)은 모더니티의 언어와 만나 세련된 한국적 충만으로 변환된다. 이는 서구 모노크롬의 환원적 순수와 대조되는, 관계적 완전성(relational perfection)의 지향이다.

 

이러한 태도는 침묵의 미학으로도 읽힌다. 장자의 “큰 지혜는 둔한 듯하고, 큰 음악은 소리가 적다”는 말처럼, 배삼식은 과도한 스토리텔링을 피하고 리듬과 여백으로 말한다. 그 결과 회화는 합리적 구조 위에 생명의 박동을 입히며, 완전성을 향해 가되 완결에 머물지 않는다. 바로 그 미완의 상태에서 동양의 깊은 관계의 미감이 드러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세계는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라 관계들의 총체”라는 문장은 배삼식 회화의 시각적 정의처럼 들린다. 작가의 화면은 논리의 구조이자 감정의 지도이며, 동양의 ‘무(無)’와 서양의 ‘존재’가 공존의 레이어로 스며드는 공간이다. 오늘의 배삼식은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사를 확장하고, 요철의 직선과 여백으로 시간을 층위화(層位化)시킴으로써, 건축적 치밀함과 개인적 미감을 오늘의 언어를 갱신한다. 이것이야말로 합리성과 완전성 사이에서 드러나는, 가장 동양적인 관계 미학의 정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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