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움의 재현 (RE-ENCHANTMENT)
사이먼 몰리 (평론)
20세기 초, 현대 사회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막스 베버(Max Weber)는 서구 사회가 점차 "합리화의 과정"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보았다. 이는 자연의 "신비롭고 예측 불가능한 힘"을 극복하며 세상을 더 접근 가능하고 계산 가능하며 관리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곳으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물론 이러한 합리화가 의료 혁신, 경제 발전, 효율적인 사회 조직, 그리고 첨단 기술의 발전이라는 명백한 이점을 가져다 주었지만, 베버는 이 모든 혁신과 발전이 초래한 의도치 않은 결과를 우려했다. 바로 세상이 점차 색을 잃고, 마법을 잃으며, 더 이상 인간에게 본질적인 의미를 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점점 세상과 소원해지고, 세상은 점점 더 침묵하며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베버는 이를 "탈마법화(disenchantment)"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가 글을 쓰던 시기 이후, 세계화는 서구의 "합리화 과정"을 점점 더 많은 지역으로 확장시켰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성공적으로 "합리화"된 사회 중 하나인 한국도 이러한 과정에서 비롯된 혜택과 동시에 우려스러운 결과를 강렬히 경험하고 있다.
예술이 이런 '탈마법화된' 세계에서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우리에게 '재마법화'의 작은 오아시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김기태는 바로 이 역할을 자신의 과업으로 삼았다. 그의 작업은 자연 세계를 '재마법화'하려는 강렬한 열망에 뿌리를 두고 있는 듯하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기이한 빛이 밤하늘에서 내려오고, 어둠 속 나무 사이에서 불길이 타오르며, 바다 한가운데에서 불이 번쩍인다. 또 황혼 속을 가르며 벼락이 내리친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우리는 마치 기적적이고 비범한 사건을 목격한 듯한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사실 김의 작품은 자연의 "신비롭고 예측 불가능한 힘"을 생생하게 시각화한 장면들로 가득하다.
김기태가 창조한 세계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편안하고 즐거운 의미에서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합리화'라는 틀을 넘어선 세계를 보여준다. 그의 세계는 더 이상 전통적인 종교적 믿음과 연관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물, 어둠, 빛, 불과 같은 기독교 미술에서 신성함이나 신적 힘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상징을 차용하지만, 그의 그림은 결코 종교 미술이 아니다. 오히려 그의 작품은 전통적으로 종교가 다뤘던 인간 의식의 깊은 층위를 비종교적이고 세속적인 시각에서 건드리고 있다.
그가 그려내는 장면과 사건은 미술 이론에서 '숭고함(the sublime)'이라고 불리는 개념과 맞닿아 있다. 숭고함은 세속적 사고의 틀 안에서 과거 종교적 세계관이 다루던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이다. 이는 우리가 물리적이거나 정신적으로 압도적인 자연 현상이나 인간이 만든 현상에 직면했을 때 느끼는 감정을 말한다.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거나 복잡하고,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강력한 것 앞에서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경이로움과 즐거움을 경험한다.
김기태는 '미지의 예술가(The Unknown Artist)'라는 허구적 인물을 창조했다. 그는 이 인물이 자신이 창작한 그림의 실제 작가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김은 이 미지의 예술가가 작품 속에 묘사된 장면들을 상상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목격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놀라운 자연 현상은 매우 '사진적'인 방식으로 그려져 있다. 이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에도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묘사 방식이다. 즉, 그의 그림은 작품 속 현상이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미지의 예술가는 '탈마법화'되지 않았고, 세상과 소외되지 않았으며, '합리화 과정'에 종속되지 않았다는 암시를 준다. 하지만 사실 이 모든 작품은 김기태의 풍부한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의 그림은 주어진 일상적 세계를 창조적으로 변형한 결과물이다.
김기태의 작품은 우리에게 진정으로 삶을 '마법적'으로 만드는 것은 통제할 수 없는 것들과 맺는 관계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어찌할 수는 없지만, 열린 마음과 경외심, 겸손함, 그리고 희망으로 반응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이다.